안녕하세요? 브런취입니다.
고기 못잡으면 조행기 안쓰리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추억은 기록할때 더 오래가니까 일기형식으로 기록해 보았습니다.
-----------------------[조행일기]------------
2018. 11. 18일의 기록.
한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낚시를 못하다가.. 너무 낚시가 하고싶어서 긴급히 전화를 돌려 정출에 급참가.
서울에서 국토횡단으로 남쪽바다로 출조를 가는것은 사실 열정 없이 쉽지 않다.
다섯시간 반을 운전해온터라 벌써 지쳐있지만 멀리서 온 만큼 열심히 하리라 마음먹었다.
어스름이 도는 출조전 분위기는 언제나 활기차다. 모두의 마음에 기대를 품고있기 때문일까.
시간은 새벽1시. 전후. 어둠속에서 정신없이 갯바위에 내려서 가장 중요한 뜰채부터 펴고나서 채비를 시작했다.
채비를 다하고 보니 낚시대캡을 안빼고 채비했다. 역시 간만의 낚시다.
피식 웃으며(욕한마디 하고) 채비를 다시 다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이 많이 보인다.
낚시대를 놓고 폰을 꺼내어 갯바위를 삼각대삼아 한컷 찍어본다.
조류를 보고자 3mm캐미를 꺽어서 켠 다음 있는힘껏 바다로 던졌지만 3미터 앞에 떨어진다.
조류파악은 커녕 미동도 없는 케미를 바라보다가..
밑밥을 일자로 열주걱 정도 미리 뿌려본다.
낚시를 시작 하려다가 간만에 갯바위에 DSLR도 가져온게 생각나서 몇컷 더 찍어본다.
역시 오리온자리는 겨울 밤하늘의 백미다.
저 멀리 반대편 섬인데도 문어해루질할때처럼 엄청나게 밝은 렌턴으로 나의 눈을 찌르던 분은 누구였을까..
드디어 낚시 시작!
오기전에 듣기로 고기가 많이 붙었으나 잡어가 들끓어 크릴은 버틸수가 없으니.
크릴은 사지도 말고 옥수수같은 대체미끼를 준비하라는 말에
냉동실에 나눠서 얼려뒀다가 챙겨온 옥수수와 깐새우를 꺼내어 들었다.
깐새우를 삼등분하여 한쪽을 바늘에 끼우고는
자연스럽게 허리춤의 수건에 손을 닦으려니.. 수건이 없다. 안가져왔다. 역시 간만의 낚시다.
나름 안빼먹으려 열심히 생각하고 챙겨왔는데 역시는 역시다.
아직 해가뜨지 않았지만 어제 밤낚시가서 볼락을 50마리 잡았다던 아는 형의 톡을 떠올리며
밤감성돔까지는 안바래도 볼락이라도 몇마리 잡아보자는 기대로 캐스팅을 시작했다.
밤이라 먼 거리를 노려 시작하진 않았지만 들은대로 물이 가지 않는다.
채비가 바닥에 닿을때까지 입질이 없다.
역시 밤낚시인가.. 하면서 천천히 끌어본다. 보통 밤에는 바닥에서 조금만 끌어줘도
바로 톡톡~ 하면서 볼락이라도 물어주는데 입질이 없다.
찌의 움직임을 보아 수심은 7미터 정도인듯 그리 깊진 않지만 그래도 미조에 고기가 많이 붙었다고 듣고 왔다.
잡어도 아직 집어되지 않았나보다 하며 밑밥투척량을 2배로 늘렸다.
몇번의 캐스팅에 반응이 없어 미끼를 받아온 크릴로 다시 바꿨다.
그러기를 10분. 바닥에서 천천히 끌기를 시작하자 드디어 톡! 하는 느낌이 왔다!
짧은 스냅 챔질! 드디어 첫 고기로 올려온 녀석은... 20센티 정도의 노래미..
'반갑다 놀래마!! 친구들은 어디갔냐?’.... 재빨리 방생한다.
그 후 오래간. 뭘해도 입질이 없다. 채비를 극히 예민하게도 바꿔보고..
그렇게 두세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견제중에 톡! 이 왔다.
올라온 녀석은 13센치정도 애기볼락..
그런데 시간은 2시50분. 없던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물이 가기 시작했다!
지루했던 기분을 뒤로두고 손이 바빠졌다. 졸음도 달아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세로로 만들어뒀던 밑밥띠에 겹쳐서 물가는 가로 방향으로 밑밥띠를 만들어본다.
감성돔 물치고는 조금 빠르다고 여겨질만큼 물이 흘렀다.
물이 멈추기 전까지 열심히 했으나.... 결국 입질은 못받고 물이 멈췄다.
멀리 던져서 가까이 끌어오는 동작이 다시 시작되고...
가까이만 오면 왠놈이 자꾸 미세하게 입질을 하며 크릴을 뜯어먹는다.
다시 깐새우로 미끼를 바꾸고.. 제로찌에 한계만큼 부력을 맞춰뒀다가.
미세한 입질이 오자마자 낚아챘다!
도망가다가 옆구리에 걸려 올라온놈은 새끼복어...
배에서 선배님들이 목과도가 정말 싫다더니.. 이유를 알것 같다.
간만의 낚시라 열심히 했는데. 몇시간을 하다보니... 허리가 아파 잠시 누워 잠을 청해 본다.
이리 추울지 모르고 옷을 얇게 입고온터라.. 갯바위 냉기에 도저히 잠을 들 수가 없다. 얼어죽을것 같다!
너무 추워서 30분쯤 누워있다가 일어나서 살림통에 넣어온 힙플라스크를 꺼내 독한 술을 몇모금 마셔보지만 여전히 춥다.
날이 밝아지고 여명 피딩타임을 노려 열심히 던져보았지만.
더이상 어떤 입질도 볼 수 없었다. 몇시간을 더 하고 밑밥을 다 쓸때까지..
지존대회 참가자를 태운 배가 오고도 몇번을 더 캐스팅 해봤지만 무소용.
12시간 전투낚시에 잡어만 3마리라니...........
너무 추워서 될때로 되라며 견제를 그만뒀던 탓일까. 입질 없는 낚시는 평소보다 지루했다.
다음배가 도착하고 정리를 하고 있을때 대물감시형님이 와서 먹으라며 건네주신 감성돔 한점.
먹을 생각이 없다가 입에 넣었는데.. 세상에! 얼마전 스시 오마카세에서 비싼돈주고 먹은 자그마한 참돔한점보다 5배 맛있었다.
역시 갯바위에서 먹는 자연한 활어의 맛이란... 한동안 잊고있던 다른 세상의 맛이다.
고기도 못잡고 너무 열심히 밤새 낚시를 했던터라 너무 피곤했던 탓일까..
대회 관전하느라 움직임 없이 갯바위에 앉아있으려니 더더욱 추웠다. 15시간넘게 추위에 떨었더니.. 한달은 낚시생각 안날것 같다.
오늘도 갯바위 청소를 마지막으로 일과를 마무리한다. (사진은 저 아님=0= 두레박만 제꺼.........)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